CLARA 크리스마스를 좋아하세요? (1)

스보헴
2020-11-19
조회수 485


안녕하세요, 자타공인 크리스마스 처돌이 클라라입니다.

제가 어느 정도로 크리스마스를 사랑하느냐 하면, 처음으로 만든 향기가 크리스마스의 테마인 홀리데이 에디션(할로우드 골드, 딜라이트풀 레드, 프로스티 그린) 일 정도로 좋아합니다.

매거진을 쓰던 날 먹은 홈메이드 슈톨렌


지금은 올해 10월 31일에 손수 구워둔 슈톨렌을 썰어먹으며 이 글을 쓰고 있지요.

머라이어 캐리 언니의 컨펌에 따르자면 크리스마스 시즌은 할로윈이 끝난 11월 1일부터지만, 올해는 제 스케쥴 상 어쩔 수 없이 하루 먼저 트리를 세우고 슈톨렌을 구웠답니다.


머라이어 캐리의 작년 "It's time!' 영상


그리고 11월 1일부터 캐롤을 듣습니다.

캐롤이야말로 크리스마스 무드를 내기 가장 쉽고 좋은 아이템 아니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매거진에서는 크리스마스 캐롤 몇 곡을 추천드리려고 해요. 

솔직한 심정으로는 100곡도 추천할 수 있는데 몇 곡으로 추리려니 그게 힘들긴 하네요. 

금방 쓸 수 있다고 큰 소리 쳤는데, 좋은 캐롤이 너무 많아서 고르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오늘처럼 비도 오고, 지친 목요일에 포근한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주제를 준비해봤습니다. 


바로 사랑(인류애)입니다! (빠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여기서요? 갑자기요?’라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만사에 지쳤을 때 코코아 한 잔을 곁들여가며 이 노래들을 들으면 차갑게 굳어가던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Silent night




한번 생각해보세요. 

바로 몇 시간 전에, 제가 그렇게 죽이려고 애썼던 그 사람들과 악수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사실을. 


- 어느 영국 육군 병사의 편지에서.





'고요한 밤'은 1818년에 오스트리아에서 만들어진 꽤 오래된 캐롤입니다. (유네스코 지정 무형 문화유산이기도 해요!) 

원래 독일어였던 이 노래는 1859년 영어로 번역이 되면서 영미권에도 알려지는데, 이때쯤엔 이미 모든 유럽인들이 아는 노래였어요. 


제1차세계대전이 유럽을 휩쓴 1914년의 크리스마스. 영국군과 독일군이 불과 몇 미터를 남기고 대치 중일 때, 독일군 참호에서 '고요한 밤' 노랫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총성이 돌아올까 두려워한 것도 잠시, 아니나 다를까 반대편 참호에서 영어로 같은 노래의 답가가 들려옵니다.

그렇게 함께 캐롤을 부른 다음, 용기를 얻은 독일군 병사 한 명이 작은 트리를 들고 모습을 드러낸 것을 시작으로 양측 병사들은 하나 둘 총을 내려놓고 참호 밖으로 나갔습니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서로에게 기관총과 포탄을 퍼붓던 사람들이 악수와 포옹을 하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와인과 꼬냑, 담배, 신문, 비스킷 등을 주고받기 시작했죠. 또 꽁꽁 언 전장에 방치되어 있던 시신을 함께 수습하고, 축구도 하고, 가족 사진을 보여주면서 편지를 전해달라 부탁했다네요. 



전쟁에 지친 프랑스와 독일, 벨기에, 영국 네 나라의 군인들 사이에서 일어난 자발적 정전.

단순한 일탈이 아닌, 10만명의 참전자들이 모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일제히 전투를 거부한 사건입니다. 파괴와 죽음밖에 없는 싸움을 멈추고 형제애를 나누는 일이야말로 크리스마스 스피릿에 가장 어울리는 일이 아닐까요? 당시 현장에 있던 참전자들은 캐롤을 함께 부르지 않았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슬프게도 이 정전은 오래 가지 못했어요. 

이 사실을 안 양측 수뇌부가 심각한 이적행위로 규정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삼엄한 감시체제를 구축했기 때문이에요. 


그래도 이 크리스마스 정전이 워낙 센세이셔널한 사건이었던 지라, 이를 소재로 한 영화들도 많이 제작되었어요. 

예를 들어 영화 'Joyeux Noel(한국 개봉명: 메리 크리스마스)' 에는 우리나라에서 익숙한 배우들도 많이 보입니다.‘바스터즈: 거친녀석들’, ‘‘패어웰 마이퀸’의 다이앤 크루거, ‘러브 미 이프 유 데어’의 기욤 카네, ‘더 셰프’, ‘시빌 워’, ‘러시’의 다니엘 브륄 등.


당시 크리스마스 정전의 분위기를 한눈에 보실 수 있도록 트레일러 영상을 올려봅니다.






My Grown Up Christmas List




이 노래는 이제 어른이 되어버린 한 사람이 산타에게 받고 싶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말하는 스토리입니다. 초반부만 해도 ‘어른이 왜 산타에게 소원을?’하고 고개를 갸웃 했지만 노래 속에 선물 목록이 나오는 순간, 마음이 사르르 녹고 말았습니다...



더 이상 아픈 삶이 없게 해주세요.

전쟁은 시작도 하지 않게 해주세요.

시간이 우리의 마음을 치유하게 해주세요.

모두가 친구를 갖게 해주시고,

정의가 언제나 승리하며

사랑은 절대 끝나지 않게 해주세요.

이게 어른이 된 저의 크리스마스 선물 목록이에요.

제 평생의 소원이요.


No more life torn apart

That wars would never start

And time would heal out heart

Everyone would have a friend

And right would always win

And love would never end

This is my grown up Christmas list

This is my only life long wish'



이상하게 ‘모두가 친구를 갖게 해주세요’ 부분부터 눈물이 팡 터졌어요.

누구도 삶의 터전을 파괴당하지 않고, 누구도 외롭지 않고, 사랑이 영원히 계속되는 세상.

그게 정말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 아닐까요.

이상은 모두가 희망하기 때문에 이상이라 부르죠. 

그리고 저는 메마른 현실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매우 약해요. 그걸 부끄러워하지 않고 말하는 태도도 좋아하고요.




Invisible




작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애니메이션 '클라우스 Klaus'는 오랜만에 접한 아름다운 2D 애니였어요. 스토리는 단순합니다. 


“산타 클로스의 전설이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몬태규가와 캐플렛가처럼 양편으로 나뉘어 싸움을 계속하는 마을, 그 뿌리에는 선사시대부터 전쟁을 벌여온 인류의 역사가 놓여있고 애니메이션에서는 이를 분명하게 강조해서 보여줍니다. 

이 증오의 해결법은 당연히 사랑인데, 사랑은 거저 주어지지 않지요.

고통스러운 과거를 묻어두고 살아온 사람은 ‘나누어주는 행위’를 통해 삶의 의미를 되찾고, 이기적이고 미숙한 사람은 ‘교류’를 만들어가며 어른이 되기를 선택합니다.

아이들에게서 행복과 희망을 본 어른들이 변해가면서 사랑은 서서히, 하지만 분명하게 마을에 번집니다.



그건 만질 수 없고 볼 수 없지만 언제나 느낄 수 있어요.

당신이 아는 가장 위대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요.

그건 가질 수도 훔칠 수도 없지만 당신이 바로 그것이 될 수는 있어요.

당신이 아는 가장 위대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잖아요.


Can't touch it, see it 

But you can always feel it 

The greatest things you'll ever know

Are invisible 

You can't take it, steal it 

But you can always be it 

The greatest things you'll ever know

Are invisible 



저는 이 가사에서 특히 '사랑을 소유(take, steal)하려 하지 말아라, 네 자신이 사랑이 되는 길이 있다'라는 부분을 특히 좋아합니다. 

사랑의 본질을 말해주는 것 같아서요. 



이쯤에서 아셨겠죠. 

저는 크리스마스에 그 누구보다 진심입니다! 가끔 지인들이 질린 표정으로 크리스마스를 왜 그렇게 좋아하냐고 물어봅니다.


그래요, 역사적으로도 페르시아 신 ‘미트라’ 축제일이었던 날을 로마제국 시절 예수님 태어난 날로 바꾼 것에 불과하죠. 하지만 기독교가 국교화되기 이전부터 유럽인들은 한겨울에 축제일을 정해 빛을 숭배 하고, 맛있는 걸 먹고 선물을 나눴습니다. 왜일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해가 짧고, 춥고, 살기 팍팍하고, 그래서 우울하니까요! 



앙상한 겨울가지들 사이 혼자 초록빛인 상록수의 싱그러움, 거기에 조명(옛날엔 캔들이었죠)을 장식해 어둑어둑한 집을 환하게 밝히고, 가족끼리 불을 보면서 멍 때리기도 하고, 힘든 계절이 더욱 어려울 이웃과 물자를 나눠 다 같이 기분 좋은 날을 만들어 내는 것. 이렇게 행복을 나누는 행위는 인류 공동체의 생존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희망과 사랑을 되새기는 의식은 우리가 만든 것들 중 가장 멋진 풍습이라고요.

그러니 여러분, 우리의 겨울을 반짝이게 만들어 더 많이 행복해지도록 해요.


다음 편에 또 다른 크리스마스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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