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RA크리스마스를 좋아하세요? (2)

스보헴
2020-12-09
조회수 310


캐롤을 한번 더 다루고 싶지만 제가 크리스마스 전에 매거진을 쓸 수 있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어서 오늘은 다른 주제를 가져와봤어요. 더 많은 캐롤을 소개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죠… (쭈글) 


여러분은 크리스마스를 생각하면 어떤 것들이 함께 떠오르시나요? 

캐롤, 트리와 오너먼트, 선물, 어글리 스웨터, 산타, 크리스마스 영화, 여행과 휴가, 파티 등등 연관된 주제는 너무나 많지만, 명절하면 역시 명절음식이 첫번째겠죠?

그리고 명절의 맛을 구성하는 삼대장은 지방, 설탕, 향신료입니다.



이미지 출처: KBS <고향에서 온 수라상>


동지(冬至)에 조선 왕실에서 먹던 간식인 ‘전약’도 대추고와 생강, 정향, 꿀, 후추를 푹 삶은 우족에 넣어 만들었다고 해요. 지방, 설탕(대신 꿀), 향신료 삼대장이 빠짐없이 들어가있네요. 비주얼로 보면 양갱처럼 생겼고 하나씩 집어먹기 딱 좋아보이죠? 올해 동지는 12월 22일, 크리스마스와 가깝답니다. 

대륙과 문화가 달라도 특별히 이 시기에 먹는 음식은 재료와 성분이 유사한 게 많아요. 지방과 당이 엄청 들어간 음식의 맛이란 대개 비슷비슷하고, 그 맛이 익숙해서 그런지 많은 한국사람들이 이 시즌엔 지구 반대편 음식인 슈톨렌이나 부쉬드노엘을 신나게 먹죠.


이번 연말에는 함께 사는 가족 외에는 모이지 말라는 질병청의 신신당부가 있었죠. 친구들과 조촐한 홈파티를 하기로 약속한 분들은 많이 상심하셨을 것 같아요. 그래도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일로 우울해하기보단, 올 한해 정말 잘 견뎌온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며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요리는 훌륭한 창작활동이고, 효과가 좋은 치료제이기도 하거든요.


출처: 트위터 Haery KIM님 (https://twitter.com/imagolog/status/100578808029118464)


네 맞아요. 저는 이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우리 각자의 우주를 안온하게 가꾸어가는 일을 잘 해내 갈수록, 다른 사람의 우주를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여유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요리를 참 좋아해요.

회사일로 번아웃이 오거나,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해 무기력해질 때, 속상한 일로 마음이 연약해질 때, 새롭게 헤쳐나가야 하는 과제를 앞두고 마음을 강하게 다잡아야 할 때, 기타 여러가지 이유로 인생이 조금 복잡해질 때마다 저는 팔을 걷고 부엌에 들어가 특별히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요. 메뉴는 정해져있지 않아요. 감칠맛 도는 미역국일 때도 있고 딸기를 넣은 커스터드 크림 일 때도 있었죠.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만들어낼 때, 그리고 그걸 먹을 때에만 얻을 수 있는 치유력이란 게 있거든요.


멕시코의 여성 작가 라우라 에스키벨이 쓴 소설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에는 요리로 자신을 표현하는 여성이 등장해요. 주인공 ‘띠따’는 자신을 둘러싼 강압과 멸시로 인해 고통받지만 부엌에 들어오면 주체적인 존재로 변신합니다. 신기하게도 띠따에게는 자신이 만드는 요리로 감정을 표현하는 힘이 있어서 그 요리를 먹은 사람은 띠따의 감정에 동화되고 말아요. 그래서 띠따가 울면서 만든 요리를 만든 사람은 모두 울게 되고, 사랑으로 불타오를 때에 만든 요리를 먹은 사람은 온몸이 뜨거워지게 되죠.

이미지 출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이미지 출처: 영화 <달콤쌉싸름한 초콜릿(1992)>



우리에게 띠따같은 초능력은 없지만, 한 해의 마무리를 앞두고 자신을 위한 요리를 만든다면 분명 기분좋은 맛이 나지 않을까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크리스마스에 만들어먹기 편한 초간단 레시피!

제가 크리스마스용으로 만들었던 슈톨렌 같은 복잡한 레시피는 제외했답니다… 


혹시 요리를 할 상황이 안되신다면 준비물은 기성품이에요. 파ㅇ바ㅇㅇ나 투ㅇ플ㅇㅇㅇ 등등에서 파는 케이크, 아니면 배달앱으로 검색되는 우리집 근처 족발 맛집 등등! 

이 이벤트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나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주는 나 자신과 그런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니까요.


자 그럼 레시피를 소개해볼까요.


1. 오븐없이 식빵으로 만드는 타르트 타탱

타르트 타탱은 프랑스식 애플파이에요. 원래는 버터와 설탕을 바른 사과 슬라이스에 반죽을 얹어 오븐에 구운 뒤, 접시에 옮길 땐 뒤집어서 사과가 위에 올라오게 해 먹지요. 오븐 대신 프라이팬으로 만드는 타르트 타탱은 프랑스의 요리사 자크 페펭의 레시피를 참고했답니다. 대통령 3명의 전속요리사였던 그는 실용적이고도 유쾌한 요리연구가인데요, 정식 반죽 대신 식빵으로 만드는 타르트 타탱을 만드는 데에서도 그 성격을 엿볼 수 있지요.


이미지 출처: 클라라 (재작년 겨울 만든 식빵 타르트 타탱)


[준비물]

  1. 식빵보다는 큰 프라이팬

  2. 식빵 4장

  3. 사과 4~5개

  4. 버터(이왕이면 무염버터)

  5. 설탕


[만드는 법]

1. 식빵은 가장자리를 썰고 사분원 모양으로 만듭니다. 식빵 4장을 합치면 그럭저럭 원형이 될 수 있게요.

2. 사과를 막 썹니다. 사과의 양은 식빵 4장으로 덮을 수 있는 양이면 됩니다. 식감을 결정하는 사과의 두께는 개인취향대로 하면 되지만 시간을 단축하고 싶다면 얇게 썰어주세요! 

3. 설탕 1/2컵과 버터 5큰술을 프라이팬에서 중불로 녹입니다.

4. 3에 2의 사과를 넣고 20분  정도 약불에서 사과를 졸입니다. 

5. 사과가 살짝 투명한 느낌의 진한 갈색으로 졸아들면 그 위에 식빵을 덮습니다. 빵 가장자리를 살짝 꾹꾹 눌러주시면 뒤집을 때 편해요.

6. 뒤집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네 장이 한꺼번에 뒤집어지지 않고 사과가 줄줄 흐를 것 같아 부담스럽죠. 그럴 땐 프라이팬 위에 넓은 접시를 올리고 뒤집으신 뒤, 접시 위에 안착한 타르트 타탱을 프라이팬으로 살살 밀어내세요. 그러면 빵은 프라이팬에 닿고, 빵 위에 익은 사과가 올라가 있는 모습이 돼죠.

7. 빵이 노릇노릇하게 될 때까지 눈대중으로 보다가 접시에 옮겨담고 맛있게 먹습니다. 갓 구워낸 타르트 타탱 옆에 아이스크림을 한 스쿱 곁들여도 좋아요



2. 맵짠러버 마늘러버 한국인을 위한 초리소 핫도그

초리소 핫도그는 핀란드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처음 만났어요. 눈발이 휘날리는 겨울밤에 마늘칩이 수북히 올라간 매콤짭짤한 초리소와 핫도그빵을 쌈의 민족 한국인다운 기개로 한입 앙 베어물고, 보드카나 위스키를 넣어 도수가 높은 북유럽식 와인음료 글로기(Glögi)를 곁들여 마셨습니다. 온몸이 뜨끈해지며 눈이 번쩍 뜨이는 것이 '이것이 북구의 맛이구나…!' 싶어졌답니다.


이미지 출처 : 헬싱키 핫도그 브랜드 Richie's Gourmet Hot dogs


[준비물]

*2개 기준

  1. 양파 1개 혹은 피클(둘 다 넣어도 무방)

  2. 버터 2큰술

  3. 핫도그빵 2개

  4. 마요네즈 혹은 머스터드 소스 (둘 다 넣어도 무방)

  5. 초리소

  6. 튀긴마늘 슬라이스.  마늘칩은 에어프라이어로 직접 만드는 방법도 있지만, 인터넷에서 ‘튀긴마늘 슬라이스’를 검색하면 3천원부터 만원대까지 다양한 가격대로 구하실 수 있어요.


[만드는 법]

  1. 양파를 채쳐둡니다

  2. 팬에 버터를 살짝 두르고 녹입니다. 

  3. 양파를 갈색이 되게 볶아줍니다. 

  4. 양파를 잠시 접시에 담아둔 뒤, 팬에 버터를 살짝 두르고 녹입니다.

  5. 핫도그빵을 벌린채 안쪽이 팬에 닿게 구워줍니다.

  6. 핫도그빵에 마요네즈 혹은 머스터드 소스를 발라줍니다. 개인 취향에 따라 선택하세요. 

  7. 핫도그 빵위에 양파를 얹습니다. 양파 대신 피클 선택, 존중합니다.

  8. 초리소는 칼집을 넣어 끓는 물에 데치는 방법이 건강엔 좋겠겠지만...제가 먹었던 것은 기름을 듬뿍 두르고 구운 뜨끈한 초리소였어요. 그리고 보통 우리나라에서 파는 초리소는 이미 납작하게 슬라이스 된 초리소라 데치면 안됩니다. 초리소를 계란후라이 하듯 기름두르고 살짝 튀기듯 구워주세요. 더 맛있습니다. 

  9. 초리소를 핫도그 빵의 양파 쿠션 위에 올려줍니다. 

  10. 마지막으로 마늘칩을 뿌리고 맛있게 먹습니다.



3. 한번 쿠키통을 열면 멈출 수 없는 체코 전통 크리스마스 쿠키

이 한입 분량의 쿠키 이름은 바닐꼬베 로흘리츠키(Vanilkové rohlíčky). 즉 바닐라 쿠키란 뜻이에요. 행운을 상징하는 말편자 모양이라고도 하고, 헝가리 군대가 터키를 이긴 뒤 터키를 상징하는 초승달 모양으로 만들었다는 설도 있어요. 스보헴의 아트 디렉터가 체코 유학 중 알게 되었는데 그만의 레시피로 전수해주었답니다. 단순하지만 포근한 맛이라, 한번 먹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중독성이 있어요. 오븐만 있다면 쉽고 빠르게 잔뜩 만들 수 있어 쌓아놓고 먹기 좋답니다.


 이미지 출처: 원상은 (상은님이 프라하에서 만든 바닐꼬베 로흘리츠키)


[준비물]

*대략 쿠키 70개 분량

1.박력분 300g

2.아몬드분말 100g

3.버터 200g

4.계란노른자 2개

5.바닐라 익스트랙 2티스푼

6.슈가파우더 40g


[만드는 법]

  1. 버터를 실온에서 30분 이상 두어 말랑하게 만듭니다

  2. 준비물 1부터 6까지 모두 섞어 반죽을 만듭니다. 버터가 덩어리 진 것이 없다고 느껴지면 랩이나 젖은 천을 덮고  냉장고에서 한시간 휴지시킵니다

  3. 냉장고에서 반죽을 꺼내 손으로 돌돌 맙니다. 길이 5cm, 지름 1.5cm 정도의 원통형으로 만들어지면 U자 모양으로 구부린 후, 쿠키를 구울 트레이 위에 올리세요

  4. 쿠키 트레이가 다 차면 180도의 오븐에서 10분간 굽습니다. (오븐은 미리 예열해주세요.)

  5. 쿠키를 3~5분 정도 식혀주세요.

  6. 슈가 파우더를 원하는 만큼 뿌려주세요. 그리고 차와 함께 맛있게 먹습니다.


<막간을 이용한 생활정보 꿀팁>

요리를 하며, 음식을 드시며, 캔들을 함께 켜보세요.

이때 쓰는 캔들로는 은은한 생장미향으로 식사하는 기쁨을 두 배로 만들어주는 딜라이트풀 레드, 그리고 음식의 향기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프로스티 그린을 개인적으로 추천드려요. 의외의 발견이 되실 거에요.

이건 제 경험인데요, 좋은 향기는 설거지를 하고 쓰레기를 치우는 순간까지 은근한 뿌듯함을 남겨준답니다. 



마침 오늘은 12월 10일이니 연말음식을 만들고 맛볼 시간은 넉넉해요.
사람들과 멀어진 거리만큼 스며든 한기를 든든한 음식으로 데우고, 건강한 연말 보내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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