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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PIRATION가위 끝에서 완성되는 마법 - 로테 라이니거

스보헴
2019-07-10
조회수 469

로테 라이니거 (Lotte Reiniger 1899년 6월 2일 - 1981년 6월 19일)




영화사와 마찬가지로 애니메이션사를 공부하다보면 수많은 남성 감독들 사이에 소수의 여성 감독들을 알아가게 되며 여성 선구자로서의 고마움과 존경심 또 애니메이션사에 이름을 남기기 까지 얼마나 고충이 있었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곤 합니다. 



프라하 유학시절 전공필수였던 애니메이션사를 배울 때 가장 처음으로 거론되는 여성 작가는 로테 라이니거였어요. 학교 2층의 가장 큰 강의실에서 로테 라이니거의 ‘아흐메드 왕자의 모험’ 일부를 감상한 기억이 납니다. 



아흐메드 왕자의 모험 (1926)




‘아흐메드 왕자의 모험’은 필름이 남아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장편 애니메이션입니다. 로테 라이니거의 시그니처와 같은 실루엣 애니메이션 테크닉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섬세하게 커팅된 검은 실루엣 퍼펫들과 원색의 배경이 대비되어서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작품이에요. 로테 라이니거의 작업 과정을 찍은 다큐에서 그의 망설임 없는 가위질로 완성되는 종이 퍼펫들은 그야말로 매혹적이었답니다.



로테 라이니거는 어린 시절 중국 그림자 인형극에 매료되었어요. 집에서 혼자 종이 퍼펫들을 만들어서 가족들 앞에서 인형극을 선보이기도 했답니다. 조르쥬 멜리에스 작품의 특수효과에서 영화의 매력을 깨닫게 되고 감독이자 배우인 폴 베게너의 강의에서 애니메이션만의 가능성을 배우게 되죠. 종이 퍼펫을 화면에서 살아움직이게 하는 것 - 로테 라이니거가 나아가야 할 길을 찾게 된거에요.



베게너의 작품에서 나무 쥐 애니메이팅과 자막 애니메이션을 맡으며 쌓은 경력으로 실험 애니메이션과 단편영화 스튜디오에 들어가게 되고 거기서 미래의 동료이자 남편이 된 칼 코흐, 또 그의 작업을 함께 할 동료들을 만나게 되었죠. 칼 코흐는 그 후 꾸준히 로테 라이니거 작품의 제작자이자 카메라 감독으로 일하게 돼요.



여섯편의 작품을 만들며 프리츠 랑 영화의 특수효과와 광고등으로 애니메이션계의 주요인물로 떠오른 로테 라이니거는 1923년 대량의 영화 필름을 보유 하고 있던 루이스 하겐으로 부터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 의뢰를 맡습니다. 아직까진 10분이상의 애니메이션이 드물었던 시기로 60분이 넘는 장편 애니메이션이 관객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3년에 걸처 천일야화의 이야기에서 각색한 ‘아흐메드 왕자의 모험’을 완성하였습니다. 




엄지공주 (1954) - 애니메이션 캐릭터들과 배경과의 공간감이 생기는 것은 실제로 그 사이에 공간이 있기 때문이죠.


 


로테 라이니거가 실루엣 애니메이션 작업을 거쳐오며 발명한 테크닉은 멀티플레인 카메라라는 촬영 기술 입니다. 유리 판들을 거리를 두고 여러 레이어로 쌓아올리고 가장 위에 카메라를 배치해 촬영해 배경과 캐릭터들 사이에 공간감을 주는 기술이죠. 후에 디즈니를 비롯한 셀애니메이션 촬영에도 공간감을 주는 방법으로도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최근까지도 적극적으로 이 작업 방식을 사용하는 작가로는 유리 놀슈테인이 있고요. 현재는 애프터 이펙트 등의 프로그램으로 간단히 대처될 수 있긴 하지만, 아날로그적 촬영 방법으로 얻은 결과물은 매끈하게 떨어지는 디지털 방식과 비교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답니다. 



나치 치하 독일에서 좌파 정당에 연관되어있던 로테 라이니거와 칼 코흐 부부는 다른 나라로 이민하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영주권을 내주는 나라는 없었습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전전하며 당시 유명한 감독들(장 르누아르, 루치노 비스콘티)과 함께 일하며 틈틈히 자신의 작업을 해나갔습니다. 아픈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독일로 돌아간 로테 라이니거는 독일 나치 정권의 압박으로 선전 영화를 만들어야하기도 했죠.



2차대전 후 영국에서 존 그리어슨과 제너럴 포스트 오피스의 광고를 몇편 만들고 1953년엔 ‘아흐메드 왕자의 모험’ 투자자였던 루이스 하겐의 아들 루이스 하겐 주니어와 프라임로즈 프로덕션을 만들어 영국과 미국에서 방영될 애니메이션들을 제작했어요. 그리고 함께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온 남편 사망 후에는 독일로 돌아와 죽기 1년전까지도 애니메이션 작업을 이어갔답니다. 로테 라이니거는1979년 서독 십자 훈장을 받고 1981년 82세의 나이로 사망합니다. 




로테 라이니거 실루엣 애니메이션의 완전한 오마쥬 - 프린스 앤 프린세스(2000) 감독 미셸 오슬로




로테 라이니거 만의 독특한 실루엣 애니메이션 스타일은 ‘프린스 앤 프린세스’(2000)로 유명한 미셸 오슬로가 그대로 차용해 2011년작 ‘밤의 이야기’ 까지 이어갑니다. 그 후 해리포터(영화)와 스티븐 유니버스 까지 그의 작품을 오마쥬한 장면들이 등장하곤 하죠.



모든 영상 작업이 그렇긴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특히나 더 외롭고 고된 인내심이 요구되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체코에서 졸업작품을 만들며 작업실로 삼은 방에 처박혀 컴퓨터와 대화하는 수개월을 보낸 경험이 있고요. 그래서 그만큼 애니메이터의 영혼이 작품에 실린다는 생각도 들어요. 섬세한 가위질로 만들어진 종이 퍼펫 관절을 하나하나 연결하고 유리판 위에서 조심스럽게 애니메이팅 하는 로테 라이니거를 떠올려보며, 저도 다시 애니메이션 작업을 시작할 날을 꿈 꿔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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