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GJOO드레스 입은 물고기

스보헴
2021-04-07
조회수 313





안녕하세요. 스보헴의 취미부자 영주입니다.
오늘 매거진 주제는 최근 시작한 '물생활'입니다. 아래부턴 물고기 사진이 무더기로 나올 예정이니 혹시라도 원치 않으시는 분은 '뒤로'를 눌러주세요.




 

1호선 동묘앞 역 근처엔 골동품 상점이 많아요.



3월 초,  골동품 상점 순례를 하다 우연히 청계천 수족관 거리에 접어들었는데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간 수족관 한 곳에서 아주 예쁜 베타를 만났어요. 밤바다에 달빛이 반짝이는 듯한 네이비와 겹겹이 겹쳐진 꽃잎처럼 고운 오렌지 빛, 두 컬러가 뚜렷하게 입혀진 지느러미가 물속에서 일렁이는 모습이 오로라가 펼쳐진 것 같았죠. 한눈에 들어온 그 애는 막 수족관에 도착했는지 비늘 상한 곳도 없고 건강해보였답니다.





베타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바로 화려한 지느러미에요. 얇게 너울거리는 꼬리 지느러미를 보고 있으면 고전영화 'LETTY LYNTON(레티 린턴)'에 나온 조안 크로포드가 생각나죠. 



JOAN CRAWFORD, ‘LETTY LYNTON’ (1932)



한 눈에 반했기에 데려오기로 마음 먹기까진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조금 후 제 손엔 오팔 같은 화이트 베타 한 마리와, 맨 처음 보고 반했던 네이비&오렌지 베타 한 마리가 사이 좋게 들려있었어요.





처음 어항 세팅은 심플하게 유목(수조 조경에 쓰는 나무)에 베타 침대, 히터가 다였어요. 컴퓨터 모니터 옆에 두니 물고기들의 움직임이 시야 안에 잘 들어오고 인테리어 요소로도 만족스러웠습니다. 



물이 누런 건 베타가 좋아하는 아몬드잎 우린 물을 타줘서 그렇습니다😆


물고기를 '제대로' 키우는 건 처음인지라 데려온 첫날부터 폭풍검색의 연속이었습니다. 열대어란 왜 이렇게 예민한 생물인지! 지금까지 키웠던 개와 고양이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며 걔들은 차라리 쉬운 편이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 다행히 밤 늦게까지 이것저것 찾아보며 하나씩 해준 것들이 마음에 드는지 어느날 사진처럼 거품집을 만들어주더라구요. 인터넷에 쳐보니 베타의 거품집은 컨디션이 좋다는 뜻이니 집사는 기뻐하기만 하면 된다네요? 개나 고양이었으면 다른 식으로 표현했을텐데, 물고기는 정말 다르구나 싶었어요.


베타를 키우면서 새로 안 사실 중 가장 놀라운 건 물고기가 생각보다 멍 때릴 때가 많다는 점이 아닐까 싶어요. 저희 집 베타를 예를 들면





저렇게 잎에 기대어 멍 때리면서 쉬는 시간이 꽤 많더라구요. 처음엔 병에 걸린 줄 알고 긴장했는데 원래 자주 그렇다고 하네요.  물고기라고 24시간 헤엄치는 게 아니었던 것이죠.




아몬드잎이 수질 안정에 좋기도 하고, 터널이 있으면 베타가 들어가서 쉰다는 얘길 듣고 아몬드잎을 둥글게 말아 터널로 만들어줬더니 마음에 드는지 자주 들어가더라구요. 인터넷에서 후기 보고 산 장난감이 반려동물에게 강력한 반응을 이끌어냈을 때와 같은 뿌듯함이 저를 감싸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물집사로 변모해 휑하던 어항에 바닥재도 넣어주고 수초도 심어주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해줘서 삶의 질이 증가했는지 물어보고 싶지만 제스쳐가 좀처럼 없다보니 베타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네요. 그래도 빛이 들어오지 않는 방에서 싱싱한 초록을 감상할 수 있게 되어 저는 너무 좋은 것 있죠. 없을 땐 몰랐는데, 있게 되니 그동안 은근히 삭막한 방에 스트레스 받고 있었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물집사가 되어서 좋은 점은 아침마다 밥 주면서 물고기들 상태를 살피기 위해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게 됐다는 점과 어항 근처가 난잡하면 감상에 방해가 되어 책상 위를 깨끗이 정리하게 되었다는 점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쓰고 보니 반려동물을 들인 여느 집사와 똑같네요.  혹시 내 방이 식물을 키우거나 털 있는 동물을 기르기 힘든 환경이라면 자그마한 어항 하나 들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이것저것 챙겨야하는 게 많지만, 케어를 잘하시는 분이라면 훌륭한 물집사가 되실 수 있을 거예요. 관찰만 잘 해준다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답니다. 천연 가습기 효과는 덤이구요.

꼭 베타가 아니더라도 자기가 보기에 예쁘고 질리지 않을 것 같은 물고기라면 아무 거나 좋아요. 초록색 수초 사이로 유영하는 물고기를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돼요. 그래서 요즘 고민은 '이 매력을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달할까'가 되었어요. 내 방 어항 속 작은 손님의 매력에 한번 빠져보시는 건 어떠세요? 😉

오늘은 여기까지에요. 다음에 다시 만날 때까지 모두 스보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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