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RA소금이와 함께 살고 있어요. (2)

스보헴
2021-04-22
조회수 141



강원도 하조대의 반려견 동반카페, 소금이가 난생 처음 와본 바다 냄새를 맡고 있어요.


소금이와 살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나들이 방식이에요.

그 전에는 주로 시내에서 사람들과 영화나 맛집, 카페를 즐기고 분기별 행사로 아웃도어를 떠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소금이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들을 찾아보게 되었어요. 반려견 동반 혹은 전용 카페, 식당, 캠핑장, 해수욕장.


가평 휴게소에는 반려견이 쉬고 놀 수 있는 전용 놀이터가 있어요.


반려견 전용과 동반은 조금 다릅니다. 

'전용'은 반려견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라면 '동반'은 사람을 기준으로 하는 공간이지만 반려견도 함께 쉬었다 갈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는 곳이에요. 시내는 '동반'이 좀 더 많고, 교외는 '전용'이 더 많은 편이지요. 소금이의 단골 카페 역시 반려견 동반이 가능하고 공간도 널찍한 곳이라, 산책길에 들러 물도 마시고 예쁨도 듬뿍 받으며 쉬었다가 갈 수 있습니다.

반려견 동반 식당도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저희의 입맛에도 맞으면서 소금이도 식사를 함께 할 수 있는 곳을 찾진 못했어요. 하지만 상관없어요. 그런 집은 분명 인기가 많을 텐데 저도 소금이도 사람 북적이는 곳은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우리 가족끼리만 밖에서 외식하는 시간을 만들기로 했어요.


해변에서의 차박 캠핑, 소금이는 노을지는 바다를 바라보았습니다.


인적이 드문 곳으로 캠핑을 가고, 이왕이면 집에서는 해먹기 어려운 요리를 먹기로 했지요.

숯불로 그릴에 구운 바베큐처럼, 연기가 많이 나고 기름도 많이 튀는 그런 요리들이요.

캠핑을 가면 소금이도 삶은 고기 같은 특식을 먹습니다. 


연기나는 바베큐 중.


밤에는 전기차 안에 침대를 만들어 소금이와 함께 잠들어요.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텐트에 따로 잠자리를 마련해주어도 새벽이면 올라와 어느새 함께 있어요.


난롯가에서 잠든 소금이


아침이면 커피 한잔을 마신 후 같이 산책을 나가요. 

한적한 곳일수록 다른 사람이나 개가 아닌, 오롯하게 서로에게 집중하며 행복한 산책을 하게 돼요.



가끔 이렇게 근방에 사는 친구들과 놀기도 하죠. 

보통 목줄(리드줄)은 거의 풀지 않지만, 화면 밖의 환경이 충분히 안전해 이 날만 풀어주었답니다.


올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새해 일출을 보았어요. 소금이와 함께요. 영하 12도의 강원도를 하얗게 덮은 눈, 동쪽을 향해 설치한 텐트의 통창으로 붉은 해가 떠오르는 것이 훤히 보였어요. 밤새 난로를 활활 땐 텐트 안의 기온은 영상 18도였죠. 


새해 첫 날 아침, 소금이와 함께 일출을 보았습니다.


소금이와 함께 지내기 전까지, 저는 연말연시야 말로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일 년 동안 수고했고, 또 수고할 나를 위해 해가 바뀌는 그 순간은 저에게 충분한 여유를 주고 싶었거든요. 늦은 시간까지 기다려 제야의 종소리를 듣거나,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어두운 새벽에 등산하는 사람들을 잘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저는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그럴 여유가 없는 사람이었으니까요.


아직 개린이 시절, 소금이가 짐싸지 말라고 하고 있어요.


그런데 소금이와 살면서 이 '여유'는 이전과 다른 의미를 가지기 시작했어요. 좀 더 다양한 순간을 소금이에게 선물해주고 싶었어요. 좀 더 다양한 순간을 제가 소금이와 함께 하고 싶었고요. 캠핑은 가기 전과 다녀온 후 과정이 복잡합니다. 25kg짜리 텐트, 의자, 테이블, 냄비, 접시, 커트러리, 요리재료 등등의 세간살림을 챙겨야 하거든요. 그런데 이 일들이 제가 이전에 가지고 있던 시간적 여유나 체력적 여유를 없애지도 않고, 오히려 새로운 정신의 여유를 만들어내주었어요.


소금이가 없었더라면 아마 저는 산책을 하지 않았을 거고, 캠핑도 가지 않았을 거에요.

산책로에 계절마다 피어나는 각기 다른 꽃들을 눈에 담는 즐거움을 몰랐겠죠. 

도심하천에는 보석같은 청둥오리와 하얀 해오라기가 산다는 것도 몰랐을 거고, 

여름날 소금이와 함께 누워 텐트를 두들기는 빗소리를 들으며 한없이 쉴 수 있는 기쁨도 몰랐을 거고, 

조금 나른한 가운데 맞이하는 일출이 그토록 강력하고 압도적이라는 것도 몰랐을 거에요.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즐길 수 있게 되면서, 아무 생각에도 쫓기지 않고 충분히 쉴 수 있다는 것도 몰랐겠죠.


소금이와 함께 조용히 빗소리를 들었던 여름날


소금이도 저를 만나 삶이 바뀌었지만, 저도 소금이를 만나 완전히 삶이 바뀌었어요. 이전이 썩 나빴던 건 아니지만, 지금의 행복은 그와 비교할 수 없는, 작지만 반짝거리는 기쁨을 매일 쥐어줍니다.


영국 작가 재키 콜리스 하비는 '동물은 우리가 인간이라는 증거를 선사한다'고 말합니다. 반려동물로 인해 인간은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조망할 방법을 찾을 수 있고, 동물과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더욱 진심으로 공유하게 된다고요. 


동물 가족과 산다는 것은 그래서 참 놀랍고도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소금이 역시 저에게 그런 세상을 선물해주고 있답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이 동물과 살고 있지 않으시다면 여러가지 여건이 충분히 갖추어졌을 때, 동물가족을 맞이하는 것도 한번 생각해보세요. 분명 당신의 세상도 달라질 거에요.


봄꽃이 핀 날, 함께 카페 가는 길의 소금이


세상의 모든 동물들이 사람과 함께 행복하길 바라며, 스보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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